인간관계의 원리
한광일
사람이 사람을 대한다는 문제만큼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일이 없다. 인간관계가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잣대가 되기도 하지만,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이 됨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밖에 나가 많은 사람들을 접해야 한다. 어쩌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일지 모른다. 그러나 다음 기법들을 잘 익혀둔다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도 사람들을 쉽게 대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풋 인 더 도어(Foot in the door)법
즉, 시작이 절반이란 뜻이다.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차후의 문제이고, 먼저 문 안에 발을 들여놓으라는 뜻이다.
비즈니스 차 방문한 회사에 찾아가 사장을 만나지도 못하고 되돌아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떻게든 상대를 대면할 수 있도록 문 안으로 들어서라는 얘기다.
둘째, 도어 인 더 페이스Door in the face법
자신이 꺼낼 부탁보다 큰 범주의 부탁을 먼저 건네는 방법을 말한다.
예를 들면 판매 물량을 의논하는 자리에서 대뜸 처음부터 “백 개 정도만 구입해 주시면...” 하고 말하면 “그렇게 갑작스럽게...”라고 거절할 수도 있다.
“이참에, 견본 삼아 한 열 개 정도만 들여놓으시죠.”
라고 하면 상대는 흔쾌히 승낙할 것이다.
셋째, 로 볼(Low ball)법
‘로 볼’이란 손에 닿을 정도로 낮은 볼을 던져준다는 뜻이다. 사람은 일단 고쳐먹은 마음을 원래로 돌려세우기가 어렵다는 뜻인데, 바로 이런 심리를 이용한 테크닉이다.
즉, 상대가 감히 엄두도 못 내는 것을 달콤한 조건을 내밀어 의욕이 일어나게 한 다음, 그 조건을 본래의 조건으로 되돌리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300만원짜리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500만원짜리를 사고 싶지만 돈 때문에 낮은 가격의 자동차로 마음을 돌린 것이다.
그런데 판매원이 300만원으로 500만원짜리 자동차를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고객의 마음속에는 이미 500만원짜리 자동차가 자리잡는다.
바로 그때 판매원이 다시 말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세일기간은 어제 끝났습니다.”
이쯤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말을 듣고서도 ‘어떻게 안 될까’라는 미련을 갖게 마련이다.
사람을 만났을 때는 당신이 어떤 태도로 임하느냐에 따라 상대의 기분이 엄청나게 달라진다는 것은 경험으로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상대에게 마지못해 응하면 상대도 당신의 그런 낌새를 알아차리고, 당신이 성심성의껏 대하면 상대도 그런 진심만은 헤아리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쉬운 예로 지하철에서 발을 밟혔을 때, 상대가
“미안합니다. 아프시지요. 정말 죄송합니다.”
라고 나오면, 설령 아파도
“아니요, 괜찮아요.”
라고 말하게 된다. 아픈 발을 어루만지면서도 상대를 공격하고 싶은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생각해 보라.
인간관계는 바로 이런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어떤 이야기라도 감정이 빠질 수는 없다.
단순한 사항의 전달, 업무상의 연락조차도 주고받는 행위를 수반할 때는 반드시 미묘한 심리적 변화가 따르기 마련이다.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말은 인간의 감정에 불을 당긴다.”
사람은 웬만해선 상대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않기 마련인데, 이것을 바로 무의식적인 저항이라고 말한다.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지, 해코지가 되는지를 판단하려 하기 때문에 ‘나는 당신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다. 당신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알겠습니다.”
라고 해놓고도 영 행동으로 옮길 기미를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 직장에서나 가정에서 이런 상대를 다루기에는 다소 애로점이 있다.
“알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네, 알고는 있습니다.”
“알았으면 움직여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쯤되면 서로 눈인사조차 거북스러워진다. 성미 급한 직장의 상사라면 화가 나서 팔팔 뛸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애가 타도 이런 상황은 설득과는 이미 거리가 뚝 떨어진 형국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바로 당신의 이야기가 일방적이었거나 강요에 가까웠기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이 경우, 설사 상대를 이해시켰을지라도 상대는 어쩐지 기분이 내키지 않아 일을 앞에 두고도 마냥 미적지근한 태도를 취하면서,
‘어디, 내가 하는가 두고봐라!’
하는 심사로 실행을 미루게 되는 것이다.
이런 장면은 인간관계로서도 최악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안으로는 상대에 대한 적개심마저 품고 있는 형국이다.
이럴 때는 당신이 어떤 태도로 상대에게 말을 했는가 잘 생각해 보라. 당신이 어떤 태도로 상대에게 말을 했느냐에 따라 상대의 심리적인 반응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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