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줄 알아야 웃을 줄도 안다
한광일 한국웃음센터 원장
웃음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사람의 기분은 우리 몸에 직접적이고도 생물학적인 영향을 끼친다. 특히 웃음은 면역에 영향을 주어 백혈구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아주 중요한 일을 한다. 이 면역세포인 백혈구가 없으면 우리는 질병에 노출되고 감기는 물론 후천성 면역결핍증인 에이즈에 쉽게 걸리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호탕하게 웃는 웃음은 한 순간에 불과하지만, 그로 인한 면역효과는 오랫동안 지속된다. 병에 대응하는 항체는 웃고 난 후 증가하여 12시간이 지나도 줄지 않기 때문이다. 웃음은 그렇게 사람의 기분을 바꿔 주고 육체에 낀 불필요한 때를 걷어 주는 목욕과 같은 존재이다.
얼마 전 암을 세 번이나 극복한 어느 노교수의 방송을 보았다. 인터뷰에서 그는 “내가 암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맞춤운동의 효과도 컸지만 울고 싶을 때 크게 소리 내 울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그 슬픔으로 영국인들이 아주 많이 울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울고 나자 우울증 환자가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를 두고 심리학자들은 울음으로 스트레스를 날려 보냈기 때문으로 풀이하며 ‘다이애나 효과’라고 명했다.
일본 시사주간지 아에라(AERA)는 30~40대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눈물의 효능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눈물이 직장과 일, 부부관계뿐만 아니라 건강을 지키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눈물에 관한 재미있는 실례가 또 있다. 도쿄의 신생 광고회사 ‘비루콤’은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남 앞에서 울 수 있는지를 묻는다고 한다. 다른 사람 앞에서 울 수 있는 사람은 그 어떤 자존심도 버리고 성실하게 일할 수 있다는 얘기다.
눈물은 또 잠자리를 기피하는 섹스리스 부부에게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부부끼리 진지하게 울고 난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스킨십으로 연결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설문조사에서도 여성의 82%, 남성의 58%가 ‘사랑’때문에 울어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웃어라, 웃어야 한다,고 주장하던 내가 갑자기 울어라, 울어야 한다,고 얘기하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 할 것이다. 우는 일은 웃는 일과 같은 선상에 있는 공존의 감정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므로 우는 것은 웃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중증 류머티즘 환자들에게 눈물을 흘리게 한 뒤 면역 기능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수치와 류머티즘을 악화시키는 ‘인타로이킨-6’의 수치가 떨어지고 암을 공격하는 ‘내추럴 킬러’(NK) 세포가 활성화됐다는 실험결과가 있다.
사람들은 대체로 울음과 웃음이 정반대의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웃음요법 못지않게 울음요법도 치료효과가 뛰어나다. 울음요법은 잠시 무의식 상태에 빠지는 최면과는 다르다. 자신의 기억 속에 저장된 정신적 충격을 스스로 기억해내고 이를 눈물로 배설하는 과정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 슬픔에 잠겨 있던 캐럴이라는 미국 여성이 울음요법 치료를 다 마치고 나서 웃음을 되찾은 사례는 유명하다. 그래서 운다는 것은 매우 건강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는 과정을 통해 과거의 심적 고통이 치유되기 때문이다. 과거를 묻어두고는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없다. 물론 그 울음이 고통과 연결되었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어느 사회에서나 남자의 눈물은 오랫동안 금기시 되어왔다. 우는 것은 남자답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울 땐 울어야 한다. 실컷 울고 나면 후련함이 찾아올 것이다. 우는 일을 잘 해야 웃는 일도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울음은 아이들에게도 매우 유용하다. 아이들에게 울음은 의사표현의 중요한 수단이다. 아이들은 특히 병원에서 많이 우는데 그 이유는 공포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실컷 울고 난 아이가 울지 않는 아이보다 오히려 회복이 빠르다고 한다. 울음을 달래는 아이는 회복기에서도 병원에 대한 공포감을 더 오래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 울음을 달래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이 심리학자 알레타 박사의 주장이다. 아울러 알레타 박사는 원하는 만큼 울며 자란 아이들이 사회생활에도 더 잘 적응한다고 덧붙인다. 사물이나 현실을 왜곡된 시각으로 보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눈물은 여러 가지 배설 행위 가운데 오랫동안 그 이유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행위다. 전문가들은 감정적인 눈물이 정신적인 충격을 없애준다는 데 한결같이 동의하고 있다. 과연 눈물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실험 하나를 해보기로 하자. 감동적인 영화를 보면서 흐른 눈물과 양파를 썰면서 흘린 눈물을 비교했다. 같은 집단으로부터 수집된 이 두 가지 눈물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영화에서 흘린 눈물이 양파에서 흘린 눈물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카테쿨라민 특히 스트레스 호르몬이 에프린과 노에프린이 현격하게 많은 양을 보였다.
카테쿨라민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우리 몸을 긴장시키기 위해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카테쿨라민이 분비되면 혈관은 수축하고 이는 심혈관에 부담을 주게 된다. 이 스트레스 호르몬이 눈물과 함께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몸의 나쁜 물질을 제거해 주는 것이다.
눈물은 웃음과 함께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가장 큰 선물이자 우리 몸의 자연방어제이다. 웃음이 기분을 바꿔주고 면역력을 높이는 것처럼 울음도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준다. 이왕 울고 싶다면 마음껏 울어보자. 소리 높여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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