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꾼이 되자
한광일 한국웃음센터 원장
1997년 IMF이후 그나마도 잘 웃지 않던 우리 국민은 더욱 더 웃지 않게 되어버렸다. 하여 왜 그렇게 웃지 않느냐고 물으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웃을 일이 있어야 웃지 않느냐, 정치도 경제도 모두 울 일뿐이니 억지웃음도 하루 이틀이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이보다 좀 나은 경우가 얼굴은 웃고 있고 마음은 울고 있는 사람들이다.
대규모 정리해고를 앞두고 있는 J씨는 소화가 안 되고 이유 없이 몸무게가 빠져 병원을 전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단결과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다．그 후로도 여기저기 병원을 전전하다가 겨우 알게 된 병명은 스마일마스크증후군이었다. 증상은 식욕이나 성욕이 떨어지고 복통이나 두통을 동반하며 정신적으로 심하게 위축되는 것이다．이보다 더 위험한 것은 우울증이 수위를 높여가면서 느끼게 되는 자살충동이었다.
우울증이 자살충동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상황이다. 실제로 자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한 상황까지 가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예방법이 필요하다. 예방법이라고 해서 거창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니 다함께 실행해보도록 하자.
웃음꾼의 ‘무조건 5계명’
첫째, 무조건 웃자. 손가락질 당할 염려는 말라. 그것과 당신의 건강을 맞바꿀 생각이 없다면...
둘째, 무조건 잘 먹자. 살찌는 걱정은 말라. 잘 웃는 사람은 아무리 잘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
셋째, 무조건 잘 자자. 잘 자면 피로가 풀리고 피로가 풀리면 아침이 상쾌해진다. 상쾌한 아침에 웃는 웃음은 천 금을 주고도 사지 못한다.
넷째, 무조건 유머는 외우자. 남들을 웃길 수 있는 자료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자. 모두 재산이다.
다섯째, 무조건 외운 유머는 반드시 써먹자. 사람들을 앉혀놓고 웃겨 보라. 사람들이 웃지 않는다고 해서 긴장하거나 당황하지 말라. 웃음을 만드는 일도 훈련이 되면 노하우가 생긴다.
‘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진다.(一笑一少)’, ‘웃는 문으로 만복이 들어온다.(笑門萬福來)’라는 말처럼 웃음은 건강과 동시에 복을 가져다주는 행복메신저이다. 그렇게 훌륭한 명약을 우리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도 묵혀두기만 한다는 것은 바보스러운 짓이 아닐 수 없다. 웃음은 신이 유일하게 사람에게만 내려준 축복이다. 신이 내린 그런 축복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자신의 건강은 물론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이다.
이처럼 웃음이 인체의 활력소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웃지 않는 습성이 있다. ‘남자는 평생 세 번만 울어야 된다.’느니 ‘여자가 웃음이 헤프면 복이 달아난다.’느니 하는 유교적 영향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울 줄 아는 남자의 가슴이 진정 웃을 줄도 아는 것이며 여자가 웃으면 그 여자의 주변이 덩달아 밝아지는 게 현실이다.
웃음도 연습이 필요하다. 억지로라도 웃는 연습을 자주 하다보면 어느새 찡그린 표정은 사라지고 점차 얼굴이 밝아진다. 물론 그로부터 웃음도 그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웃음의 효과는 이미 현대의학을 통해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 이제는 우리가 그 효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문제일 뿐이다. 활용하는 방법과 장소, 상황에 따라 웃음은 여러 가지로 작용할 수 있다.
취직을 위한 면접에서도 유머감각은 이제 필수조건이 되었다. 그 실례 로 기업 인사담당자 10명 중 8명은 적절한 유머가 면접 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www.incruit.com)는 기업 27개, 중소기업 42개 등 69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면접 시 적절한 유머가 플러스 요인이 된다.’고 답한 사람이 전체의 82.6%인 57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또 구직자 1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74.9%가 ‘면접시 적절한 유머가 합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통계적인 수치와 조사에도 불구하고 유머를 너무 남용한다거나 상황에 맞지 않게 유행어를 구사하는 일은 오히려 감점요인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유머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려면 상황과 듣는 이의 수준에 맞추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무리 재미있는 얘기라고 하더라도 해도 되는 자리가 있고 안 되는 자리가 있는 법이다. 남을 억지로 웃기려고 한다거나 고급 유머라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무용지물인 것이다. 나름대로는 유머랍시고 했는데 사람들이 웃지 않으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살짝 넘어가는 요령도 필요하다.
그래서 남을 웃길 때도 주의사항이 있다. 반드시 예의를 지켜야한다는 것이다. 불쾌감을 주거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유머를 해서도 안 된다. 제스처와 표정, 사투리 등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는 그 효과를 배가시키기 때문이다. 유머가 너무 길면 지루하기 때문에 적당히 조절하는 테크닉도 필요하다. 결정적인 말을 들려주기 직전에 약간 뜸을 들인다든가, 이야기를 하는 도중 어느 한 대목에서 강조점을 두어야 한다.
또한 유머를 들려줄 대상이나 시간,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는 지혜도 있어야 한다. 가령 신체적인 장애를 갖은 사람 앞에서 신체적 핸디캡에 얽힌 유머를 하는 일 등은 피해야 한다. 그리고 유머를 말하기 전 머릿속으로 한번 정리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아무리 외우고 있던 유머라도 중간에 빠지는 내용이 생긴다면 매끄러운 이야기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른 아침부터 야한 유머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도 예의에 벗어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사람의 집중력은 아무리 길어봤자 성인의 경우 15분을 넘지 못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집중 시간은 더 짧아진다. 이렇게 집중력이 떨어질 즈음, 산뜻한 유머 한 마디가 떨어진 집중력을 잡아 올려줄 수 있다는 것을 한번쯤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유머는 그래서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생산방법이다.
적절한 유머는 기업의 프리젠테이션에서도 그 빛을 발하는데 맛깔난 양념처럼 산뜻한 유머가 보태진다면 설득력과 호소력에 더 큰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이때 유머 소재는 가능하면 발표할 내용과 연관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딱딱한 발표 분위기 속에서 원할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되면 듣는 대상으로 하여금 내용을 보다 더 정확하고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효과를 위해서는 주제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유머를 구사해야 한다. 또 다른 장소 다른 사람들한테 한 적이 있는, 그래서 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던 유머를 구사하면 좋다. 실패할 확률이 훨씬 낮아지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 자신의 약점이나 헛점을 이용해서 유머를 구사하는 것도 좋다. 이런 경우 친근감이 더욱 두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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