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치료
한광일 한국웃음센터 원장
18세기 영국에서는 ‘유머리스트’라는 칭송을 받으면 기지와 위트를 갖은 감각의 소유자라는 평가였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남을 잘 웃기는 사람은 미덥지 않거나 싱거운 사람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그러나 이제 세상도 바뀌고 문화도 바뀌었으며 무엇보다 웃음에 대한 인식도가 달라졌다. 이제 어느 자리, 어느 사람들과 어울려 있어도 잘 웃기는 사람으로 자리매김되면 그는 히어로우가 되는 세상이다. 진정한 웃음꾼 말이다.
인간의 뇌는 격렬한 통증이나 심한 스트레스에 직면하면 방어기제가 작용하여 일종의 마약과 같은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능이 있다. 엔케팔린과 엔돌핀같이 뇌하수체에서 나오는 물질이 그 예로, 이 호르몬은 고통과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출산하는 여자의 엔돌핀은 평소의 6배가 넘는 농도로 분비된다. 다시 말해 출산의 고통을 저하시키는 작용이다. 이렇듯 엔케팔린과 엔돌핀은 일종의 마약과 비슷한 증상으로도 나타난다. 그래서 마라톤과 조깅에 맛을 들인 사람이 좀처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뇌가 마약성 물질에 흥분을 느껴 그 쾌감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외국의 경우, 이러한 웃음의 장점을 이용해 웬만한 병원에선 유머도서실, 유머이동문고, 코미디치료단까지 운영한다. 뿐만 아니라 IBM 같은 첨단 기업에서도 연찬회에 유머 컨설턴트를 초빙해서 조직의 활력과 창의력을 촉발하는 데 웃음을 이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웃음을 폄하하는 의식이 남아 있어 안타깝다. 조직에서의 책임감과 치열한 경쟁을 치르느라 웃음은커녕 짜증과 걱정이 앞서는 사회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웃어야 하고, 그래야 스트레스도 풀리는 것이다. 상대의 경계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무기도 역시 웃음이다.
한 아이가 태어나면 세상 속에서 많은 경쟁을 치르며 어른이 되어 간다. 이 과정에서 천사처럼 마냥 웃기만 하던 아이는 자라면서 점점 웃음을 잃게 된다. 즉 엔도르핀·세로토닌 대신 놀아드레날린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온몸은 공격, 방어 체제를 갖추게 되고 스트레스가 되며 만병의 근원이 된다.
T세포, B세포, NK세포 등의 정체가 하나 둘씩 밝혀지면서 이 세포들이 항체, 면역기능을 강화시킨다는 수많은 증거도 함께 밝혀지고 있다. 웃음이 암 예방은 물론 자연치유력을 증가시켜 별다른 약을 쓰지 않아도 웬만한 병을 낫게 한다는 얘기는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이것이 바로 웃음의 비밀이다.
의사들의 비밀 중 하나는 ‘그냥 두면 자연히 낫는다.’는 것을 환자에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즐겁게 웃고 사는 사람에게는 병원이 필요 없다. 실제로 장수하는 사람의 특징은 잘 웃는 것이다. 결국 의사란 자연의 힘으로 고쳐질 때까지 환자의 마음을 밝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 까닭에서라도 하루 빨리 우리나라 병원에도 ‘웃음치료팀’이 생겨나야 한다.
UCLA의 통증클리닉에서는 거울 앞에서 웃는 표정을 지으라는 처방을 낸다. 아파 죽겠다는 사람에게 거울 앞에서 웃으라니,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금방 따라 할 환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궁금하다. 하지만 그 효과는 놀라울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웃음으로 득을 보는 일이 어디 질병뿐이겠는가? 마음속의 적대감과 분노도 눈 녹듯이 풀린다. 웃음은 강력한 전파력이 있어서 상대 역시 풀리게 하며 앙금을 풀고 화해의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이게 웃음의 마력이다. 자, 이제부터라도 웃자. 그러면 주위에 저절로 사람이 모인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 사람들에게 마력이 전염되어 그들 또한 웃게 만든다. 웃음은 전염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우리 생활 속 건강 대비책은 바로 ‘미소 짓는 습관’이다.
짜증스러울 때 조용히 미소를 지어 보라. 짜증이 날아가고 즐거워진다. 일부러라도 웃자. 그래도 찡그리고 살겠다면 그거야 자유지만, 문제는 당신이 받아야 할 불이익이다. 그것까지 감수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웃자, 웃어서 손해 보는 일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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